오랜만에 읽은 책이었고,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었다. 삶에 치인다는 것이 온몸으로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이 핑계로 책도 겨우겨우 읽었다.
선자라는 인물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주 내용이다. 여러 곳에서 코가 시큰했다. 현이를 만난 뒤로 가족, 부모의 마음에 내 마음을 잘 대입한다.
삶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없다. 시대도, 인종도, 부모도, 능력도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진다’. 특히나 시대가 선자가 살았던 시대와 같다면 더욱이 그렇다. 살아지는 삶과 사는 삶을 가르는 것은 ‘선택’이다. 삶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는 것은 꽤나 어렵다. 정확히 말하면 진심으로 선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내가 해야할 선택을 남에게 맡기는 경우도 많고, 선택을 미루다가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경우도 많으며, 그것이 선택할 기회였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나보내기도 한다.
사는 삶이 살아지는 삶에 비해 더 우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A가 B보다 낫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수학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선택이 주는 스트레스와 주체적으로 산다는 행복감은 양날이다. 단지, 내 삶은 가능한 주체적이기를 원한다. 그냥 그걸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를, 후회하지 않을 선택으로 만들 힘과 의지를 잃지 않기를, 그리고 약간의 행운을 바라며 살고 있다. 사는 삶과 살아지는 삶 모두를 마음을 담아 응원한다. 비난보단 응원이라는 태도가 참 어렵다. 아자!